사단법인 동산의료선교복지회

별리추로 불렸던 아치볼드 그레이 플레처는 1882년 8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신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예수님의 증인으로서 삶을 많이 강조하였는데, “예수님이 죽었다가 부활하셨을 때, 그는 제자들에게 모든 세계로 가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것이 바로 영국의 북쪽 지방인 스코틀랜드에서 힘든 삶을 살던 우리의 선조들까지 사랑하는 주님께로 돌아오게 된 경로였단다. 그 빛이 없었다면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왔을지를 생각해 보렴”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토의 영미 직업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니의 말씀과 신앙의 영향을 받아 시카고에 있는 내외과 의과대학을 다니며 의료선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08년 12월 29일 미북장로교 해외선교회는 그를 의료선교사로 임명하였다.

1909년 8월 평양에 도착한 그는 약 3주간 언어 코스를 밟았고 1910년 9월에 열린 연례선교대회에서 대구로 사역지를 임명받았다. 앞서 온 우드브리지 존슨 선교사는 과로와 전염성 질환을 앓은 후유증으로 결국 의료 사역을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선교부는 플레처를 대구로 보내기로 했다. 그 이후 그는 30년 동안 대구에서 의료선교사의 사명을 감당하였다.

당시 병원은 제대로 진료하기 너무 힘든 협소한 병원 건물이었고 플레처의 노력으로 뉴욕에서 기금을 받아 병원 단층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수술실 조수와 간호 요원을 훈련하여 부족한 공간과 의료 인력이지만 대구선교지부에서 의료 사역은 안정을 찾아갔다. 1911년 제중원을 동산기독병원을 개명하였다. 1915년 6월 19일 언더우드의 주례로 서울에서 제시 로저스 선교사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대구에서 의료선교 사역을 감당하였다.

환자를 돌보고 있는 아치볼드 플레처

1913년 여름 대영나환자구료회(Mission to Leper in India and the East)의 베일리 부부의 도움으로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시설비용 5,000달러를 기부받아 달성군 달서면 내당동 52번지에 18,000여 평의 부지를 확보해서 1917년 5월 6일 100명의 한센병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나병원을 건립하였다.

두 동의 건물에는 각각 사무실과 치료실, 예배실이 있었고 기숙사식으로 운영되는 공동 침실도 남녀 환자를 구분하여 수용할 수 있었다.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한센병 환자 병원으로 알려졌다. 1924년 난방시설을 갖춘 2층 벽돌 건물로 증축하면서 ‘퍼커스버그 기념관(Parderburg Hall)’이라 칭하였고, 한글 명칭도 ‘애락원’으로 바꾸었다.

아치볼드 플레처가 집을 한 채 사서 수용한 6명의 한센병 환자들

대구 애락원, 1938년

1918년 4월 그는 갑자기 찾아온 급성 폐결핵으로 인해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대구를 떠나야 했다. 미국 트뤼드 요양원에서 치료를 하면서 병원 내에 환자를 대상으로 복음 전도 활동이 약하다고 효과적인 후속 조치가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치료를 마치고 다시 대구로 돌아와 1921년 2월 병원 전체 직원 26명을 회원으로 “병원 전도회 Hospital Preaching Society”를 조직한다.

전도회는 3가지의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첫째는 모든 환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 둘째는 가능한 많은 환자를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는 것, 셋째는 새로운 개종자 중 많은 수를 교회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전도회 회원으로 가입하면 회비를 내어야 했고 이 회비를 가지고 운영 경비로 사용했다.

전도회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1921년부터 1941년까지 약 20년 동안에 대구·경북지역 147개의 지역 교회를 개척하였다. 또한 전도회는 1996년 6월 10일 ‘사단법인 동산의료선교복지회’가 되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3,500명 전 교직원이 기본급의 1%를 모아 한 세기 전부터 이어온 선교와 봉사의 사명을 실천하고 이어가고 있다.

전도회 회원들과 아치볼드 플레처, 1930년

1924년 5월 5일 플레처와 함께 클라라 헤드버그 선교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 간호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내과과장 손이식과 서무과장 김덕수의 도움을 받아 동산기독병원 부설 간호부 양성소를 설립하였고 헤드버그가 초대 소장으로 취임하였다. 처음에는 다섯 명의 소녀들을 받아 양성소를 시작했다. 1925년 이들의 노력으로 양성소는 체계적화 된 조직의 기본 틀을 갖추었고 1930~1931년 졸업생들은 간호사 국가자격시험에 모두 합격하였다.

1928년 헤드버그 선교사의 도움과 후원 기금으로 ‘대구 영아보건소 Baby Welfare Clinic’ 건물을 건축하게 되어 1930년 2월 14일 동산기독병원 내 구 진료서 건물에 영아들의 건강을 상담, 진료하고 우유 급식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복지기관을 설립하였다.

간호부 양성소 졸업식에서 아치볼드 플레처, 1936년

영아 보건소 졸업식, 1938년

1931년 플레처는 35,000달러 헌금으로 현대식 3층 규모의 병원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대구 최초의 서양식 병원 건물로서 1939년 6월에 2층 진료실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몇 가지 사고들이 있었지만, 병원을 통해 수많은 환자가 치료받고 복음을 듣고 영혼 구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동산기독병원은 대구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동산기독병원의 제중관, 1937년

1941년 일본이 진주만 공습을 감행하여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한국은 일제의 탄압과 핍박을 받았다. 선교부의 모든 선교사는 조선을 떠나든지 아니면 신사에 참배해야 하는 강요를 받았다. 미북장로교 선교부는 총회의 승인을 받고 모든 선교활동을 중단하였다. 어찌 되었든 병원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플레처와 그의 아내는 1943년 8월 9일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잠시 다시 내한했고 1905년 4월 짧은 휴가를 받아 미국으로 귀국했다가 6·25전쟁 발발로 그는 다시는 한국을 밟지는 못했다. 1957년 12월 선교사를 은퇴하고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웨스트민스터 가든에 여생을 보내다가 1970년 89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로비아 오크 기념공원에 안장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로비아 오크기념공원에 있는 플레처 부부의 묘